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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2019년 증시 끝자락에서 지난 20년을 뒤돌아보다. Since 1999

by lovefund이성수 2019. 12. 24.
2019년 증시 끝자락에서 지난 20년을 뒤돌아보다. Since 1999

크리스마스 이브여서일까요? 주식시장도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저 또한 왠지 모르게 책상을 벗어나 있고 싶은 오늘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올해 2019년은 제가 실제 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모의투자부터는 30년...)

그 지난 20년간의 증시가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오늘 잠시 1999년부터 20여년 간의 주식시장에서의 회고를 짧막하게 남겨보고자 합니다.

 

 

ㅇ 격동의 1999~2008년, 10년

 

제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해는 1999년 봄이었습니다. 그 직전까지 일단 공부하고 시작해야한다며 다양한 투자 서적을 접하였었지요. 책에서 투자대가들은 자신의 생활주변에서 투자할 종목을 고른다는 내용을 떠올리던 중 1999년 봄 손에 들고 있던 빙그레 아이스크림이 바로 그 종목이라 생각하여 생애 첫 주식으로 빙그레를 매수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 지점에 직접 찾아가, 매수 전표에 적어 창구에 접수하였지요. 그 시기는 1999년 화려한 증시 상승이 있던 때였던지라 객장은 인산인해였고 매수 주문을 넣기 위해 긴 줄을 서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체결여부는 객장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올드한 방식이 대세였지요.

그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르는군요.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던...

 

그 첫 매매를 시작으로 그해 여름 대우 회사채 파동이 발생하였을 때 저가 매수로 2~3배 수익내고 나오면서 "주식이란 바로 이것이구나!"라며 건방져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 매수하게된 1999년 IT버블의 준대장주 매수하고 수주일만에 몇배가 오르니 눈앞에 보이는게 없는 겁없는 젊은 투자자가 되어있었습니다.

 

당시 생긴지 얼마안된 팍스넷, 씽크풀 등과 같은 증권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사람들이 글들이 넘쳐났고 유명한 종목게시판에는 1초에 글이 한개씩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게시판 분위기는 2년 전 가상화폐 광풍 당시 유명 가상화폐 사이트에 게시판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종목명만 새롬기술, 다음, 한컴 등의 닷컴 종목으로 바꾸기만 하면 똑같이 보일 정도입니다.

 

[1999년~2009년 1월까지의 주가지수의 추억]

 

 

심지어 1999년 12월 어느날, 정부 관계자가 "코스닥은 버블이다!"라고 발언을 하였다가 투자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는데 그 분위기가 가상화폐 버블 극단에 이른 때 정부가 규제를 가한다고 할 때의 분위기와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찾아온 2000년 IT버블 붕괴는 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였지요.

코스닥 지수가 1/5토막이 난 상황인데 IT버블에 뛰어들었던 개인들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10토막은 기본이요 1/100토막, 상장폐지가 속출하던 때가 바로 2000년이었습니다.

 

그후 마음을 가다듬고, 체계적인 투자를 시작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시스템트레이딩, 가치투자 등 그 이전과 다른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투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99년~2009년 그 시기는 격동의 10년이었습니다. 만만치 않았지요.

 

2001년에는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주가지수가 500p가 깨지며 전종목이 하한가에 이르는 모습도 보고 이후 미국 버냉키 연준의장이 금리를 급격하게 낮추자 증시는 급등하면서 2002년 월드컵 열기와 더불어 종합주가지수가 940p대까지 폭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3년까지 또 다시 주가지수가 500p까지 내려가는 폭락장. 1년 단위로 증시가 폭등 폭락하였던 것입니다.

(※ 라떼~는 말이야, 주식시장이 1년 단위로 반토박 따블, 반토막, 따블 이랬어~~~^^;;;;;;)

 

그 후 찾아온 2003~2007년의 강세장 이 5년의 시간은 특히 가치투자자들의 전성시대였고, 수많은 가치투자자들을 성공한 투자자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2005년 스몰캡 묻지마 랠리는 엄청났지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2005년 1~2월 가치주포트폴리오를 재세팅하던 중 필자는 당시 제일화재를 매수하고 있었습니다.

1000원 부근에서 왔다갔다하던 제일화재의 주가, 열심히 스케쥴에 따라 매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가가 튀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상한가가 몇일 나오니 물량을 충분히 사지도 못했는데 제일화제는 결국 6배를 상승하더군요. 정말 순식간에 말입니다.

이런 종목이 2005년에 전체 주식시장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아무 종목만 사놓고 기다려도 따블을 먹던 시기가 바로 2005년 스몰캡 랠리였습니다.

(※나떼~는 말이야, 아무 종목만 사도 따블 먹었었어... 했던 2005년)

 

그 강세장은 2007년까지 이어졌지만 07년 여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증시가 삐꺽거리더니 2008년 증시 폭락으로 이어졌지요. (다행히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체계적인 투자를 하고 있었기에 2000년 IT버블 붕괴 때처럼 심각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손실본 정도였지요) 그렇게 격동의 10년이 흘러갔습니다. 

 

 

ㅇ 첫끝발이 X끝발 : 2009~2019년 증시 아쉬움의 횡보장

 

2008년 금융위기를 보내고, 2009년이 시작될 즈음 극단적인 비관론이 자본시장 전체를 휘감고 있었습니다. 금융위기로 인해 자본주의가 무너진다는 이야기부터, 미국의 역사가 끝났다는 등등 불안한 분석과 전망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당시 연준이 양적완화를 공격적으로 단행하고는 있었습니다만 2009년 시작할 때에는 긴가민가하였지요.

그 긴가민가하던 그 때, 2008년 폭락장으로 싼주식들이 널린 것을 주워담으며 포트폴리오를 재세팅하던 중, 갑자기 증시가 튀어오르기 시작합니다.

 

2009년~2011년 여름까지 이어진 강세장의 시작이었습니다.

2009년에는 모든 종목들이 반발 매수속에 강세장이 이어졌습니다. 스몰캡들도 묻지마식으로 상승하였고, 대형주들도 고르게 상승하면서 2009년 증시는 그야말로 화려하였습니다.

관심종목창을 보면 새빨갛게 달구어진 관심종목들의 흐름을 보며 묘한 짜릿함을 느끼던 때가 2009년 입니다. 2008년 위기를 이겨낸 투자자들은 그 2009년~2011년의 랠리를 수익률로 만들며 2008년의 하락분을 모두 커버하고 엄청난 투자 성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2009년 초 이후 현재까지 증시 추억을 떠올려보니]

 

당시 상승장 중 2010~2011년은 차화정 랠리가 증시를 주도하였습니다. 브레인투자자문의 자문형 랩이 불티나게 판매되었고, 해당 자문형랩의 포트폴리오 중 자동차/화학/정유 종목이 많다는 소문에 개인투자자도 따라하고 여타 자문형 랩들도 차화정 포트를 따라하였습니다.

심지어는 공모펀드 매니저가 자동차/화학/정유 주식을 포트에 담지 않았다하여 임원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2011년까지의 랠리는 2011년 양적완화가 중단된 가운데 2011년 8월 유럽쇼크가 발생하면서 한국증시를 순식간에 20%이상 하락시키는 중급하락장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다만, 그 하락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습니다. 99년~2008년 10년간의 등락에 비한다면 귀여운 수준으로 조정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 유럽위기 후 중급하락장보다 더 힘든 시기가 이후 수년간 지속됩니다.

바로, 전대미문의 초장기 횡보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마치 가두리 양식장처럼 종합주가지수는 2000p를 중심축으로 ±200p 안에서 좁은 가두리 등락만이 거듭되기만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버냉키 쇼크도 오고, 뱅가드 인덱스 리밸런싱 쇼크도 지나가고, 중국증시 버블/붕괴 쇼크도 지나갔으며 2016년 탄핵 이슈도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만 증시는 좁디좁은 횡보장이 지속되었습니다.

 

다만, 그 시기 코스닥과 스몰캡은 화려한 랠리를 만들었지요.  

코스닥지수는 2011년 유럽위기 직후인 9월말부터 2016년 연말까지 5년 반의 시간동안 40%상승하였고 거래소 소형업종지수는 같은 기간 77%상승하였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아쉽지만 14% 상승한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 기간은 가치투자자들에게도 큰 기회의 시기가 되어주면서 퀀트를 활용한 가치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찾아온 반도체 중심의 상승장으로 주가지수는 2500p를 넘어 2600p까지 상승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듯 하였지만 그 후 미중 무역전쟁을 트리거로 2018년과 약세장 그리고 2019년에 횡보장으로 이어졌습니다.

 

 

ㅇ 지난 10년, 20년 : 하루하루를 보면 답답하지만 주식시장은 가치를 찾아 상승하였다.

 

글이 너무 길어졌군요^^

지난 10년, 20년을 뒤돌아보니 하루하루 각박하게 증시를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한국증시는 비젼이 없다면서 비관적으로 보아왔고, 언제나처럼 주식투자자는 도박꾼처럼 취급받아왔습니다. 그리고 한국주식시장은 오랜 기간 하나도 오르지 않은 증시처럼 인식되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마치 높은 산을 등산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은 올라왔습니다.

하루,한달, 1년 단위로보면 앞으로 나가지도 않은듯 하지만 10년 전, 20년 전을 뒤돌아보면 시장은 제법 높이 올라와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99년 이후 대략 10년 단위 기간의 종합주가지수 등락률]

 

 

1999년초부터 2008년 연말까지 만10년간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99.9%상승하였습니다.

2008년 연말부터 2019년 현재까지 거의 11년의 시간 동안 종합주가지수는 95%상승하였지요.

1999년 연초부터 현재까지 종합주가지수는 290%상승하였습니다.

 

하나도 움직이지 않은 듯 하지만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시장은 고요하고 꾸준히 상승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증시는 역대급 초저평가된 증시 상황에서 2020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은 어떤 증시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는 누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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