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호주에 큰 산불이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게 됩니다. 산불 화재로 큰 화상을 입은 호주 야생동물들의 안타까운 모습에 가슴이 아프기도 한 요즘입니다.
그런데 간간이 큰 대륙에서 발생한 산불에 관한 뉴스를 접하다보면 "산불의 역설"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이 산불의 역설은 한편으로는 간헐적인 증시 조정이 가져다주는 "조정의 역설"을 생각하게 합니다.
ㅇ 생소한 용어, 산불의 역설?
산불은 인간 뿐만 아니라, 생태계 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입니다. 최대한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요. 그런데 오히려 미국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숲을 가진 나라에서는 산불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합니다.
소위 "Let it burn", 산불이 나도 일정수준까지는 놔두는 것이지요. 또는 체계적인 관리하에 몇년에 한번씩 제한적인 산불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간헐적인 산불은 빽빽해진 숲을 간벌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그 덕분에 다양한 나무들과 생물들이 살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합니다.
[사진참조 : pixabay]
그런데 이보다 더 큰 효과가 있으니 바로 "통제 불능의 엄청난 산불"을 예방한다는 것입니다.
간간이 산불이 발생되면, 불쏘시게 될 수 있는 낙엽들이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제거되지만 오랜기간 산불이 없다가 화재가 발생되게 되면 껴껴이 쌓인 낙엽과 잡목 그리고 다양한 유기물들이 일시에 타오르면서 통제할 수 없는 큰 산불이 되고 맙니다.
이러한 현상을 "산불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ㅇ 간헐적인 조정장 : 증시에 주는 긍정적 효과
상승장이 찾아오더라도 스트레이트로 1년 내내 상승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상승장 과정에서도 간간이 조정장이 찾아오지요.
미국증시도 10년 장기 상승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1년 단위로 끊어서 살펴보면 중간중간에 심각한 조정은 아니더라도 간헐적으로 조정장이 찾아오고 상승장이 지속되어왔습니다.
한국증시도 과거 2003~2007년 상승장에서 일방적으로 상승한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중급 수준의 하락장이 발생하면서 상승하며 초장기 상승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간헐적으로 조정장이 찾아오게 되면 증시에 쌓일 수 있는 큰 부담을 미연에 막을 수 있습니다.
가장 큰 효과는 극단적인 투기적 심리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만약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증시가 쉬지도 않고 상승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사람들은 과거 수익률이 꾸준히 발생하였으니 계속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면서 매우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를 감행할 것입니다.
(※ 비슷한 사례로 서울 아파트 시장을 보시면 됩니다. 6년 전만 하더라도 전세보증금 수준의 갭투자에서 지금은 영혼을 모두 끌어모은 레버리지 투자를 사람들이 감행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게 되면 레버리지를 정당화하고 레버리지 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을 바보취급하는 시장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과거 1980년대 후반 한국증시에서 그러하였습니다. 결국 극단적 레버리지 투자 문화는 1990년과 1992년 한국증시의 흑역사인 깡통계좌 정리 사태를 만들었고, 투자자들은 그야 말로 패가망신하고 말았습니다.
간헐적으로 조정장이 찾아오게 되면 이러한 매우 공격적인 투기 심리를 미연에 제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공격적 투자 성향이 끊어오르다 간헐적으로 식으면서 상대적으로 차분히 투자할 수 있게 되지요.
두번째 효과는 조정을 거치면서 시장 전체적으로 투자자금이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일방적인 상승장은 특정 주도주와 테마만 상승시키는 소위 "차별화 장세"를 만들게 됩니다. 특정 주도주와 테마만 상승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종목만이 투자의 답이라 생각하며 영혼을 끌어모아 베팅하는 매우 공격적인 투자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그 외의 다른 종목들은 찬밥신세가 되고 말이죠.
하지만 상승장에서 간헐적으로 조정장이 발생하면 조정 과정에서 차익실현한 자금이 다른 종목군으로도 확산되면서 시장 전체적인 고른 상승을 만드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이런 현상을 순환매..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ㅇ 결국, 간헐적 조정장은 군중심리를 차분하게 만든다 "땡큐"
주식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은 군중심리가 겨울 날씨처럼 차디찰 때입니다. 제가 템플턴 경의 투자 격언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감에 자라며...."을 자주 인용하곤 하지요. 그 이유가 바로 군중심리가 차갑거나 차분할 때 시장에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만 알고 있는 숨겨둔 맛집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 숨겨둔 맛집이 사람들에게 소문나면 어느 순간 발딛을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차고 정작 본인인 그 음식을 맛도보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문난 맛집이 되면 음식맛이 떨어지게 되지요.
[사람이 없는 고요한 증시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한다. 사진참조 : pixabay]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투자만이 답이라며 사람들이 달려들게 되면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 사라져가기 시작합니다.
만약 강세장이 갑자기 찾아와 일정 기간 지속되게 되면 군중들은 "가즈아"를 외치고 영혼을 끌어모은 레버리지 투자자금으로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모든 한국인들이 증시에서 모든 투자자금을 극단적으로 쏟아붓는 어느날 주식시장은 화려한 마지막 불꽃을 내뿜고 큰 폭락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폭락장은 언제터질지 모른다는 점, 터지면 모든 투자자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는 점에서 마주하기 싫은 존재이지요.
그런데 간헐적으로 조정장이 찾아오게되면 투기적심리가 자라려다가도 사그라들고, 투기적심리가 도박심리로 넘어가려하다가도 차가워지면서 증시 전체가 차분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물론... 한국증시 2011년 이후 오랜 기간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만 오히려 그 현상이 한편으로는 필자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2020년 1월 7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는 누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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