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펀드매니저 : 십중팔구! 85%
가끔식 운용역(펀드매니저) 경력기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인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면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DIS)에 있는 펀드매니저 현황 자료를 찾아 조사하곤 합니다.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저는 2015년에 처음 분석을 시작하고 거의 매년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조사하여왔는데 이번 3월 기준 자료를 보다보니 세대가 완전히 교체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흑흑 저와 MBA를 같이 수학했던 형의 존함이 이젠 안보이시더군요)
세대교체라 표현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운용역 수가 십중팔구에 이르러 있다는 것도 실감하게 됩니다.
ㅇ 경력기간 분석 : 2008년 연말 이후 경력자 2015년 52%, 2020년 3월 : 85%
앞서 언급드린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자료에는 금융투자 회사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공시되어있습니다. 이 중 펀드매니저 관련 자료를 내려받아 경력 기간별로 정렬하여 보았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대략적으로 생각 해 보았을 때 경력기간이 11년 3개월 정도라면 2008년 연말 이후 경력을 쌓은 펀드매니저라 추정 해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증권업무까지 치면 08년 이전 증권업에 몸을 담은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정확한 추정은 어렵기에, 같은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해당 공시에 있는 운용업무 총 경력기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역산하였을 때
2015년 5월 당시에는 전체 운용역(펀드매니저) 603명 중에 289명이 2008년 연말 이후 경력을 쌓은 운용역이었습니다. 즉,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경력을 쌓은 매니저로 추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체 인원수 대비하여서는 52.1%인 절반수준이었고, 운용자산으로는 60% 수준에 제법 큰 금액입니다.
문득 2015년 즈음 경력이 오래된 운용역과 젊은 운용역간에 이견이 있다는 뉴스 기사가 있었습니다.
경력이 오래된 운용역은 초고평가된 종목을 피하는 경향이 강하였고, 젊은 운용역은 고평가 되어도 성장주에 투자해야한다는 경향이 강해 서로 충돌한다는 기사였던 것으로 어렴풋 기억이 납니다.
그 때만 하여도 운용역의 주축은 2008년 이전 경험을 가진 운용역들이었기에 "조심"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 2015년에는 운용역에 생년자료까지 나와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개인정보 때문에 자료가 빠져있습니다. 2015년 당시 08년 금융위기 이전 경력자의 경우 평균생년이 71년 후반생으로 45살, 금융위기 이후 경력자의 평균생년은 78년 중반생으로 38살이었습니다. 확실히 세대차이가 나는 나이차지요?)
그런데 2020년 3월 초 현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력을 쌓은 운용역은 전체 운용역 720명 중 612명으로 85%에 이릅니다.
그야말로 십중팔구라는 표현을 써도 과언이 아닌 것이지요. 여의도에서 펀드매니저를 랜덤으로 뽑으면 열명중 8~9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력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운용자산 규모로는 전체 64%)입니다.
[2020년 현재 08년 금융위기 이후 펀드매니저 비율은 절대적이다]
[원데이타 참조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DIS)]
이는 엄청난 의미를 시장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운용역(펀드매니저)가 이미 지식이 풍부하고 도제식으로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고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매니저가 늘어났다는 것을 소위 "겁"이 없는 운용역이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ㅇ 특히 2011년 8월 쇼크 조차 경험하지 않은 비율은 76%
2008년 금융위기는 엄청난 쇼크였고, 그 다음으로 큰 쇼크는 2011년 8월 유럽쇼크였을 것입니다.
그마나 2011년 8월 쇼크를 겪었다면 최근의 증시 쇼크들은 그저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지요. 그래서 2011년 8월 이후 경력자를 추정하여보았습니다.
2011년 8월 이후라하더라도 8년 7개월이라는 엄청난 경력이지요. 30대에 운용역을 시작했다 가정하면 대략 30대 후반의 나이입니다. 2020년 3월 초 현재 그 인원수는 550명 전체 720명을 감안하면 76%에 이릅니다.
예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와서 자료를 조사하면서 살짝 놀랐습니다. 2015년에는 2011년 여름 쇼크 이후 경력을 쌓은 운용역이 전체 603명 중 128명 20%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계량적인 투자문화가 정책되었다하더라도, 2011년 여름 장 쇼크를 경험하지 않은 매니저가 전체 7명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앞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지 않은 매니저가 전체에 85%이른 것처럼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1년 8월 이후 경력자 추정 비율]
[원데이타 참조 :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DIS)]
ㅇ 버블과 위기를 책과 백테스팅으로만 경험 : 실제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요즘 간간히 경제/증시 관련 뉴스에 이런 문구가 들어가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금융기관 근무 기간 중 이런 일은 없었다"
혹은 여의도 증권사들이 밀집된 곳에서 식사를 하다보면 폭락/폭등장이 발생한 날에는
"내가 회사 있으면서 이런적이 없었어, 시장 미친거 아님"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데이타 분석과 투자관련 논문을 많이 읽었다하더라도 그 순간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는 경험하지 못하였기에 요즘처럼 급등락이 발생하면 "내 경험상 이런일은 없었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경력이 10년이 다 되어가는 운용역도 말입니다.
조금 쉽게 표현하자면 여러분들이 과거 종합주가지수 차트를 쭉 보시면서
"아 저 때 사람들 좀 힘들었겠네..."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그 현실을 막닥들이고 경험한 투자자가 천지차이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사람들에 의해 쏟아지는 압박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마치 처음 벌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과거 극단적인 시장 상황을 경험하지 않은 운용역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운용역은 확실히 과거 펀드매니저들에 비해 스마트하고 똑똑합니다.
다만, 극단적인 시장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기에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겁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 버블이 찾아오면, 과거에 있었던 버블 후 급락을 떠올리기 보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가즈아!!!"를 외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선배 펀드매니저들이 젊은 시절 했던 상황처럼 말이죠.
99년 IT가즈아!! 2007년 한국증시 4000p가즈아!! 했던 그 당시 분위기처럼...
두번째로 반대로 변동성에 심리적으로 취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증시는 2011년 이후 초저변동성 장세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변동성은 "책"과 "시뮬레이션"에서만 보았던 상황이기에 심리적 갈등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액티브펀드매니저라면 포트폴리오를 바꾸어야하나 고민할 것이고, 패시브나 전략적 운용역에 경우는 전략의 변수를 살짝 바꾸어야하나 고민할 것입니다.
"내 경험상 이런 일은 없었어!!"라는 마음의 갈등과 함께 말입니다.
최근 모운용사의 가치투자관련 ETF가 흔들리는 것 같더군요. 허허허...
이는 결국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높일 것입니다.
상승하면 폭발적인 상승을
하락하면 급락장을 만드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과거 2011년 유럽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00년 IT버블 붕괴, 1997년 IMF, 90년 깡통계좌 사태 등을 경험한 일반 개인투자자가 더 유리한 심리적!심리적 위치에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제 말이 무슨말인지 아시겠지요? 개인투자자 여러분! 힘내세요!
2020년 3월 5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는 누구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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