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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매출채권,재고자산,무형자산 속에 투자 함정이 숨어있다.

by lovefund이성수 2017. 2. 9.

매출채권,재고자산,무형자산 속에 투자 함정이 숨어있다.

기업의 회계란 것이 투명하고 명쾌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지요. 기준에 따라 평가 자산의 크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손익도 엇갈리게 됩니다. 이때 이익과 자산평가를 적게 잡는 방법을 보수적 회계라고 합니다. 이런 보수적 회계는 장부상 거품이 적은 편이지요.

이와는 반대로 여러가지 이유나 목적을 가지고 기업들이 이익과 자산을 최대한 부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분식회계가 되는데 그 징후가 매출채권/재고자산/무형자산에 녹아있습니다.

 

 

ㅇ 사업을 하다보면, 매출채권이나 재고는 늘어나긴 하지만...

 

매출채권은 말 그대로 매출이 발생되긴 하였지만, 아직 돈을 받지 못한 자산을 의미합니다. 예를들어  A사가 B사에 사무용품을 10억원어치 판매하였는데, 일정시간 후에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을 하였다면 그 10억원은 매출로 인식하긴하지만 매출채권으로 잡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재고자산은 기업이 만든 완성품이나 중간단계의 반제품,재공품, 원재료 등을 의미합니다. 그 평가가치는 시가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업들이 판단할 수 있는 어느정도의 융통성이 있지요.

 

사업을하고 사업 파이가 커지다보면 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긴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잘 들어오지 않다보면 매출채권이 점점 쌓여가게 되지요. 그리고 재고자산도 제품 판매가 잘 안되게 되면 점점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자산이 커져 갑니다.

그와 동시에 현금은 계속 빠져나가면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만 쌓이고 기업은 점점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게됩니다.

 

하지만 재무제표에서는 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유동자산"으로 분류되어있다보니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분명 회사의 실질적 재무상황은 예전같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그러하기에 매출채권이 잘 회수 되지 않을 때에는 대손처리를 해줘야합니다. 대략적으로라도 매출채권 미회수 가능성을 감안해서 말이죠. 하지만 고의적으로 오래된 매출채권도 회수율이 높은 매출채권으로 계상해 놓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일정 수준은 용인될 수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분식회계의 범주에 들어가게 됩니다.

 

마치, 재고자산은 창고에 쌓여있다보면 점점 녹슬거나 낡은제품이 되어가면서 실질적으로 그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마치 5년전에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창고에 쌓여있는데 그 가치를 그 당시의 비싼 가격으로 재고자산을 평가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 재고자산의 가치 감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결국 매출채권의 증가와 재고자산의 증가는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으로 구성되게 만들고 현금흐름이나 실적이 악화되는 재무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H사의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그리고 순이익 등, 단위 : 억원]

 

 

사례를 찾아보았습니다, 위의 H기업의 재무구조를 보면 전체 자산에 50%가 재고자산으로 구성되어있고, 매출채권까지 합치면 총자산 중 55%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이런 추이는 최근 5년간 계속 반복되고 있더군요.

 

이 H사의 실적은 5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고자산도 매출액에 2배를 넘을 정도이니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 해 볼 수 있습니다. 재고자산이 매출액에 2배를 넘어간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재고자산이 판매되는데까지 2년이 걸린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창고에 제품이 묵혀있다고 상상 해 보신다면 지금 상황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ㅇ 성장기업... 무형자산이 과도하게 많다.

 

무형자산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형태가 없는 자산들 상표권, 특허권, 영업권(기업M&A과정에서 발생) 등이 있지요. 무형자산은 형태가 없기 때문에 자칫 회계적인 장난을 칠 수 있기에 기업 내부에서 창출된 무형의 무언가를 자산으로 잡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예를들어 CEO가 어떤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이 아이디어가 대단하니 100억원의 자산가치로 하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신 한가지 틈은 있습니다. 연구개발비 중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연구는 매출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은 매출로 바로 이루어질 수 있는 단계이기에 이를 무형의 자산으로 잡아도 괜찮다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벤처기업이나 신생기업들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잡고 기간을 두고 서서히 상각 해 갑니다.

 

그래야, 재무상태표에서 자산 손상이 적고, 자기자본이 안정된 재무제표를 만들 수 있게 되고 이를 토대로 펀딩을 받는다거나 사업확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도 적정한 수준이어야지 정도를 벗어나게되면 자산의 대부분을 무형자산이 차지하게 됩니다.

(결국 이 무형자산들은 어느 순간 상각되면서 비용처리가 되어야하기에 당장 수년간의 재무제표는 아름답게 할 수 있겠지만 미래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 대규모 적자로 인해 기업 생존자체에 위협을 받게 됩니다.)

 

[코스닥 B사의 무형자산과 총자산 추이, 단위 : 억원]

 

 

위의 표는 코스닥 B사의 총자산과 무형자산의 4년간의 추이입니다. 무형자산이 총자산에서 82%나 차지하는 이례적인 케이스여서 자료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무형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에 70%였습니다만 점점 늘어나면서 2014년에 76%, 2015년에 85%에 이르렀고, 작년에는 조금 줄었지만 그래도 8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개발해온 엄청난(?) 사업이 미래에 성공한다면 이 무형자산들은 그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형자산이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중에 이런 재무구조를 가진 종목들이 왕왕 보이고 있단 점에서 필자는 우려감을 심각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무형자산도 상각처리 되어 비용이 될 것인데, 계속 무형자산만 쌓아간 상황에서 실적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할 경우 적자 규모 확대는 눈을 보듯 훤합니다.

 

 

ㅇ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기에...

 

매출채권, 재고자산, 무형자산이 차후에 실적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현금창출로 이어진다면 자산으로 잡혔다는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예를들어 과거 10여년전만하더라도 제약회사들의 매출채권 비중이 제법 높았습니다만, 현금회수와 더불어 IFRS회계기준에 맞추면서 적정한 수준의 매출채권 비중이 되었지요.)

 

하지만, 과거보다 깐깐해진 회계기준에서는 인정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게되면 회계감사법인들이 냉정하게 "의견거절", "한정" 등과 같은 의견을 가차없이 내리게 됩니다. 이 의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어느 순간에는 털어낼 부실을 일시에 털어내게 됩니다.

 

매출채권, 재고자산, 무형자산이 높은 기업들 당장에 문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자산을 100%인정한다하더라도 주가수준이 순자산가치 보다 과도하게 높은 기업들은 어느 순간 허무하게 주가가 내려앉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매출채권,재고자산, 무형자산의 비중이 총자산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이라면...

현재 무언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쌓여가는 기업일 수 있습니다.

 

2017년 2월 9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국제공인투자분석사/ 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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