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질적 변화를 시대별로 구분지어 보다.
10년 이상 주식시장에 있어온 분들이라면 과거에 비하여 현재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성향이나 투자 문화 등과 같은 질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있어왔음을 실감하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90년대, 2000년, 2010년대라는 10년 단위의 긴 기간을 거치면서 증시에 나타난 질적 변화를 오늘 글에서 생각 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글이, 투자를 연구하는 분들의 연구 결과가 시대별로 어떤 특성에 의해 발현되었는지를 분석하시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ㅇ 1980년대, 지금 생각하면 원시적인 증시
1980년대 증시는 주식시장에 전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해이기도 하고, 1980년대 중후반의 랠리가 펼쳐졌던 의미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투자문화는 지금 생각하면 원시시대를 보는 듯 하였습니다.
주가 차트 프로그램이 당시에는 보급이 안되었기에 큰 모눈종이를 사서 일일이 손으로 차트를 그리고 그렇게 만든 주가차트 모눈종이 수십개를 미술용 화통에 담아들고다니면, 그야 말로 주식 고수로 인정되던 시대였습니다.
그 모눈종이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고수와 하수로 갈리던 그 때는 효율적 시장가설로 치자면 약형 정보의 효율성을 가진 주식시장이었기 때문에 주가 차트만으로도 큰 수익을 거두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이런 기술적분석이나 차트 분석은 거의 사용되지 않고 그저 직관과 카더라통신에 의해서 투자 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대 중후반 증시가 상승할 때에는 묻지마 트로이카주 열풍이 불었고 투자자들은 트로이카주들만 사들이는데 이 때 신용거래를 필수적으로 동반하면서, 결국 1990년에 이르러 깡통계좌 정리라는 치명적인 역사를 한국증시에 남기게 됩니다.
이 시대, 그야말로 돌도끼와 같은 모눈종이 차트라는 도구만 있어도 투자수익률이 만들어지던 시대였지요.
ㅇ 1992년 외국인 투자시장 본격 개방 : 선진 투자기법의 유입
1990년대 들어서 획기적인 변화가 증시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92년에 외국인에게 한국증시가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90년대 초부터 그 이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재무지표들이 투자 기준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그중 저PER주 열풍은 92년~94년까지 증시에 핵심 키워드로 부상합니다.
[자료 참조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저PER"뉴스 검색]
외국인들은 재무제표를 보고 이 중에 실적과 주가를 비교한 PER라는 투자지표를 참고한다더라는 소문이 91년대 초반부터 투자자들에게 확산되었고 이러한 재무제표를 통한 투자 결정은 93년에 저PBR열풍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는 94,5년까지 지속되게 되는데 80년대와는 전혀 다른 투자 문화로 체질이 바뀐 시작점이 됩니다.
그 당시는 이런 저PER주를 찾기 위하여 두꺼운 기업열람이라는 책을 보면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찾아야하는 수고는 있었습니다만, 분명 과거 80년대에 비해서는 한단계 레벨업 된 투자 문화였습니다.
여기에 PC통신이 확산되면서 주가차트를 쉽게 볼 수 있게되면서 차트분석을 통한 투자 매매의 효용이 80년대에 비하여 낮아지기 시작합니다.
즉, 그 이전에는 돌도끼같은 모눈종이차트로 투자 수익률을 거두었다면 90년대 들어서는 재무제표 분석을 통한 투자지표의 사용이 시작되었고, 차트가 일반투자자들에게도 보급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투자자들의 지식수준과 투자장비들은 상향화 되기 시작합니다.
이론적으로는 80년대 증시를 약형 효율적 시장에 가까웠다한다면 90년대는 약형에서 준강형 효율적 시장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ㅇ 2000년대, IT버블 후 정보의 홍수에 빠진 증시
2000년대 들어서는 밀리니엄과 IT열풍 속에 모든 정보가 전산화 되고, 모든 일상들이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정보의 홍수에 빠지게 됩니다.
이 즈음 한국거래소도 주가시세와 기타 주식관련 데이타를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보급하였고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이 사용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증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에, 주가 차트의 경우 여러 차트 제공 벤더들이 증권사HTS에 차트를 공급하였고, 심지어는 시스템트레이딩 기법을 활용할 수 있는 차트까지 보급하니 과거 80~90년대에 미국 거대 자본들이나 사용했던 툴들을 개인투자자도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필자는 이 2000년대부터 본격적인 증시의 질적 변화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반 시스템트레이딩 기법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보급되면서 이에 대한 식견을 가진 현명한 투자자들도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여기에 기업 회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증권사HTS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투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면서 80년대 수준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투자 수익을 거두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환경이 형성되어 갔습니다.
2000년대 초반 그 때까지도 모눈종이에 차트를 그려 화통에 들고다니는 이들이 있었지만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기 시작하였지요. 차트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면서 매일 전 종목 차트를 보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만 2010년대 접어들게 되면 눈만 아프지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경험하고는 그런 원시적 분석 방법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어 가게 됩니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의 비중 추이]
[원데이타 : KRX 및 과거뉴스, 계산분석 : lovefund이성수]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치에 이르렀었지요.
그러다보니 비이성적인 투자 성향의 투자자들도 많았던 시기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합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일일이 뜯어보기도 하고, 기업 탐방을 가는 개인투자자도 하나둘 늘기 시작하더니 심지어는 경제지표 분석, 수출입 동향 분석 등을 통해 저평가 가치주를 찾는 적극적인 가치투자자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크게 늘어납니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코딩하여 분석하는 투자자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개인투자자와는 전혀 다른 성향과 질적 발전을 이룬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어납니다.
마치 1980년대 개인투자자는 돌도끼를 들고 싸우는 원시인 같았다면
1990년대 개인투자자는 저PER,저PBR을 무작정 쫓는 화승총을 들은 근대화된 군대를 떠올리게 하고,
2000년대 개인투자자는 가치투자 원리를 기반으로 스스로의 투자 기법을 만들기 시작하는 토대를 만든 모습은 최신 소총과 수류탄으로 개인 무장한 현대적 군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 원시적 비이성적 투자자와 진화된 합리적 투자자가 공존했던 시기가 바로 2000년대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번 더 크게 변화하면서 2010년대에 이르게 됩니다.
ㅇ 2010년대, 퀀트의 확산 : 기관, 외국인보다도 앞선 개인투자자가 크게 늘다.
2010년대 들어 퀀트투자가 시장에 급속하게 보급됩니다. 2010년대 초반에는 긴가민가했던 상황이 2015년 이후로는 로보어드바이저라는 포장과 함께 급속히 보급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중반 시스템트레이딩과 같은 선진화된 툴이 보급될 때에는 특정 업체들이 플랫폼(트레이드스테이션, 메타스탁, 사이보스트레이더, 예스트레이더, HTS에 장착되어있는 x차트모듈 등)을 만들고 이 플랫폼에서 투자자들이 매매 연구를 했던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퀀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재무데이타도 재무정보 수집업체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인 Dart에서 본인이 직접 만든 툴을 통해 재무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개인투자자도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개인투자자 중에는 기관이나 외국인보다도 몇 걸음 앞서난 이들도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필자도 개인투자자의 질적 수준이 이 외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2000년대 보다는 몇단계 레벨업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곤합니다.
2000년대에는 주식관련 서적의 베스트셀러는 고수의 투자비법이나 차트분석과 같은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가치투자, 회계관련 이론도서 등 예전보다는 난이도가 있고 레벨이 있는 책들이 주식관련 베스트셀러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주식시장의 정보 효율성은 80년대 약형에서 이제는 준강형에서 강형 사이에 위치한 수준에 도달 해 있을 것입니다.
ㅇ 증시의 질적 변화 속 미래 투자의 생존을 위해 생각 해야할 몇가지...
곧 2020년도 다가오게 됩니다. (옛날 만화 2020년 원더키디가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아마 그 때가 되면 주식시장 참여자와 증시는 또 다른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이런 질적 변화 속에 개인투자자분들께서는 미래 투자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아래 몇가지를 기억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80년대에 했던 투자 방식은 버리시라.
아직도 모눈종이에 열심히 차트 그리시는 분들 있습니다. 이런 올드한 행위들은 모두 버리십시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런 수작업들을 모두 지원 주고 있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 종목 2000여개의 차트를 돌려가며 보지 마십시요. 눈만 나빠집니다. 그냥 검색로직을 만들어서 엔터키만 누르시는게 더 발전된 형태일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다시 "청담동 주식부자"와 같은 사기꾼들에게 놀아나지 마십시요. 이는 80년대 스타일입니다)
둘째, 최신 투자 방법에 대한 지식들 살짝이라도 공부하시라.
앞으로 주식시장 문화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모른다면 80년대의 잘못된 투자 방법을 2010년대를 넘어 2020년대까지도 사용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책이나 세미나 등을 통하여 살짝이라도 접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그래도 변하지 않는 한가지 : 시장은 결국 비이성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시장이 질적인 발전이 이어진다하더라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주기적으로 시장은 비이성적으로 될 것이란 점입니다.
아무리 최첨단 무기로 무장을 했다 한들, 이를 컨트롤 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고요하게 합리적인 투자자들의 투자방법(퀀트,가치투자,시스템트레이딩, 로보어드바이저) 등이 원칙을 지키며 잘 작동한다하더라도 어느 순간 시장이 과열 또는 침체를 겪게되면 투자자들은 무기의 사용법을 버리고 최신 자동 소총을 맨손으로 들고 돌도끼처럼 휘두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 비이성적인 상황은 수시로 나타날 것입니다.
다만, 과거처럼 극단적인 비이성적인 모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종종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투자 기회를 진득한 투자자에게 안겨줄 것입니다. 아무리 발전된 미래라 해도 말이죠.
2017년 3월 17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국제공인투자분석사 / KCIIA,한국증권분석사회 회원)
#주식시장역사 #증시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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