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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장기 박스권, 언제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까?

by lovefund이성수 2016. 8. 5.

장기 박스권, 언제 추억으로 만들 수 있을까?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던 어린 시절, 종이박스 하나를 마치 집인양 그 안에서 놀던 추억 한번씩은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 박스안에 들어가서 계속 놀수 있지만, 어느 순간 몸은 박스보다 커져 더 이상 박스안에서 놀 수 없게 되지요. 그리고 그런 때가 되면 박스 속에서 놀던 기억은 추억이 됩니다.

5년이 넘는 박스권 장세를 보다보면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00p에서 전후로 좁은 박스권에서 오랜기간 움직인 주식시장 언제즈음 벗어나 박스권 장세를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요?

 

 

ㅇ 박스, 나름대로 편안한 곳

 

[사진참조 : pixabay]

 

 

우연히 박스에서 놀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거나,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 박스가 마치 자신의 세상인양 편안하게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박스안에 웅크려 누워있으면 편안한 느낌을 받나 봅니다.

몸을 움직이기는 불편하지만 그래도 어리면 어릴 수록 그 박스 안에서 꼼지락 거리면서 장난질을 치기도 하지요.

 

박스는 그렇게 편안한 느낌을 안겨주고, 다 큰 성인에게도 어릴 적 추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우리주식시장도 만으로 5년, 횟수로 6년이라는 긴 시간 박스권에 들어와 있습니다.

어린아이라면 6년이면 몸집이 커져 박스를 뚫어버릴 정도의 시간인데 주식시장은 6년동안 2000p를 중심으로 상하100p정도에서 왔다갔다 했습니다.

가끔 200p정도 벗어나는 시기도 있지만 일시적이었을 뿐,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박스에 오래 있다보면 그 안에 작은 움직임이 마치 세상을 무너트리는 듯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고양이나 어린아이가 박스안에서 놀고있을 때 조금이라도 흔들면 마치 자기 세상이 무너진 듯 화를내거나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식시장 박스권에서도 마찬가지로 시장이 조금만 하락하여도 대공황이 찾아왔다거나 퍼펙트스톰이 몰아친다면서 호들갑을 떠는게 마치 어린아이들이 박스에서 놀다 작은 흔들림에 놀라는 듯한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그리고 2011년 8월 이후 5년간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면서 좁은 박스권에 익숙해져버린 투자자들은 그 환경에 맞게 고정관념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ㅇ 만 5년의 박스권 : 박스는 영원할 것이라는 전제를 까는 투자자

 

사람의 본능은 과거 야생에서 살던 시대의 본능이 그대로 남아있기에, 생존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주식투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곤 합니다.

 

여러가지 본능이 있겠습니다만, 과거 검증 본능이 있습니다.

즉,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감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여러번 경험을 통해서 미지에 대한 확신과 안심을 가지게 되지요. 그리고 그 경험을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선입관이 만들어 집니다.

이러한 본능은 여러차례 해가 반복되면 반복될 수록 기억을 강화하면서 더욱 진리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본능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박스권이 1년차일 때에는 그저 우연히 1년 박스권이었다고 생각하지만 2년,3년이 넘어가면 투자자들은 박스권은 주식시장에 필연적인 패턴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하지요.

이 흐름이 요즘처럼 만5년, 횟수로 6년째 이어지게 되면 박스권 장세를 아예 진리로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8년부터 2005년초까지 17년간 반복된 고변동성 장기 박스권이었습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500~1000p로 장기박스권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500p부근에서 매수해서 1000p부근에 가면 매도한다는 전략을 마치 절대 진리로 생각하였고, 2005년 직전에는 종합주가지수 1000p에서 이익을 확정짓는 ELS가 대량으로 팔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2005년 봄 종합주가지수가 1000p이르자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매도를 하기시작하였습니다.

"역시 또 다시 500~1000p박스권이야!"

하지만 주가지수는 허무하게 박스권을 넘어섰고, 그 해 연말 종합주가지수는 1379p로 마감하였고, 2년 뒤인 2007년에는 2000p이 이르렀습니다.

 

최근 6년째 이어진 박스권을 대할 때 많은 투자자분들이 과거 500~1000p박스권 때와 비슷한 생각을 하십니다. (다만 그 변동성 폭이 작을 뿐이지요)

 

"종합주가지수가 올라와서 2100p에서 매도해야지~~"

"종합주가지수가 내려와서 1800p에 오면 인생을 걸고 투자해야지"

 

박스권 장세가 진리로 받아들여지다보니 이러한 매매 행태는 정석으로 굳혀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박스권은 영원할 수 없으며 점점 내재적으로 커져가는 주식시장 에너지 속에 박스권은 덩치 큰 아이를 담은 듯 점점 찟지며 터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ㅇ 이제는 손대면 톡하고 터지기 직전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보면 박스권으로 인해 바닥에 다가왔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종이박스 안에서 놀던 생각을 하던 아이가 어느 나이 때부터는 박스에 들어가면 박스가 찢어져 버리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만큼 그 아이의 몸이 컸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박스권에 있기에는 몸집이 커지고 키도 커졌습니다.

 

한국 주식시장을 보면, 오랜 박스권을 보내면서 시장 밸류에이션은 매우 낮은 수준에 이르렀고 큰 아이가 박스에 억지로 찡겨 있는듯 손이라도 대면 터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물론 이 상태로 박스권이 조금 더 있을 수 있겠지만 터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가만히 있더라도 박스는 터질 것입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인상 소식은 오히려 시장에 모멘텀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금리인상은 경제가 회복되었다는 증거이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게 됩니다.

- 여기에 금리인상은 채권가격을 낮추면서 투자자들을 채권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게 할 것입니다  : 그레이트 로테이션

 

이러한 흐름은 금리가 충분히 올라 임계치에 이르기 전까지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손대면 터질 것만 같은 박스권...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겠습니다.

 

2016년 8월 5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KCIIA, 국제투자분석사,한국증권분석사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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