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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주가지수 고점대비 20%하락 : 그럼 투자 접을까?

by lovefund이성수 2018. 10. 16.

주가지수 고점대비 거의 20%하락 : 그렇다고 투자 접을까?

이번 10월 중순까지의 하락장을 계기로,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거의 20%하락하였습니다.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 스몰캡 지수 등 한국의 주요 지수들 대부분이 올해 고점 대비 20%하락하면서 공황에 빠진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마치 죄인에게 죄를 추궁하듯 개인 투자자에게 가까운 사람들은 비수와 같은 말들을 던지고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더 하락할 수도 있고 조정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는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신이 세운 투자 원칙이 강하다면, 무소의 뿔처럼 뚜벅 뚜벅 투자를 이어가시라"

 

 

ㅇ 이번 하락은 2011년 여름 수준의 급락.

 

2011년 한국증시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버블의 피크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해 초봄에 꺽였어야할 차화정 랠리는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반사이익 기대감에 8월 첫날까지 그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참고로 당시 기아차의 경우 2009년 연초 대비 2011년 8월 1일까지 10배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차화정 랠리를 외치던 당시 분위기를 이해하시겠지요?

 

[2011년 8월 유럽위기가 만든 두달여의 쇼크장세 후 증시 체질은 변하게 된다]

 

 

그러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중단되고 점점 쌓여가던 유럽에서의 불안감은 2011년 8월 유럽위기로 전 세계 증시를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그 시기, 한국 종합주가지수는 두달도 안되는 시간에 20% 넘게 하락하였으니 당시 하락 충격은 올해 하락장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차화정 버블 붕괴를 겪은 투자자는 주도주들이 반등할 때마다 매도하며 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하였고, 수년에 걸쳐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과 신용 융자 감소라는 통계적 결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급락장을 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는 가까운 이들로부터 비수와 같은 말을 들어야만 하였지요.

 

 

ㅇ 비수 섞인 말들... "미리 매도하고 현금화 했어야하는거 아니야?"

 

이번 하락장도 그러하고 2011년 8월 하락장도 마찬가지로 하락장이 언제 멈출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결과들을 보면 심장을 쿡쿡 쑤시는 듯한 수익률이기에 마음 속 갈등은 이루 말할 수 없지요. 이런 시기에 훈수를 두는 주변 지인들 혹은 가까운 이들은 "미리 매도하고 현금화 했어야"한다며 개인투자자에게 더 큰 마음의 상처를 남깁니다.

 

마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모두 매도해야한다는 것을 강요하듯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훈수들은 그저 후견지명에 의한 말들일 뿐입니다. 아마 그 순간에 마음에 흔들려 매도하고 난 뒤 증시가 크게 상승하면 오히려 "아니 그 때 파는 바보가 어디있나?"라면서 또 다른 후견지명으로 여러분들을 괴롭힐 것입니다.

 

A : "어? 친구 그 때 자네 말을 듣고 고심하다 팔았었네"

B : "이 사람아 미리 팔란 얘기였지, 그 때는 꽉 잡고 있어야지"

 

반대로 팔지 않았는데 증시가 더 하락하면 자신의 후견지명을 더 강조하며 개인투자자를 괴롭히고 있을 것입니다.

B : "거 봐라. 내가 뭐라 했니? 팔라는 말이었잖아, 주식투자 하지 않는 나도 알겠다."

 

[※ 후견지명 효과 :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 혹은 그럴 줄 알았어 효과(knew-it-all-along effect) 라고도 합니다.]

 

 

ㅇ 증시 급락 : 10년 내 4번의 케이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이번 하락장을 제외하고 10년 내 큰 하락장이라 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릴 수 있고, 2011년 8월 유럽위기, 2013년 6월 버냉키 쇼크 그리고 2015년 중국증시 버블 붕괴 후폭풍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4번의 폭락장만 되곱아 보아도,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것은 바로 하락장을 거치면서 오히려 시장 체질이 바뀌게 된다는 점입니다. (더 멀리는 2006년 스몰캡 조정, 2004년 차이나 쇼크, 2001년 911테러, 2000년 IT버블 붕괴 등이 있겠지요)

 

[사진참조 : pixabay]

 

체질이 바뀐다는 의미는 여러가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새로운 주도주가 태어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2011년 8월 유럽위기 때만 보아도 차화정 버블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대장주의 자리를 내려놓았지요. 2008년 금융위기는 중국관련주(조선, 해운, 철강 등)의 대장주로서의 타이틀을 내려놓게 하였습니다.

 

두번째로, 조정 과정에서 신용융자 등의 레버리지 투자자금이 급감합니다.

레버리지 투자자금은 상승장에는 증시를 뜨겁게 달구지만 반대로 증시가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증시에 충격을 주는 원인이 되고 맙니다. 신용융자 등의 레버리지 투자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는 악성 매물이 급감함을 의미하며, 상승장이 찾아오면 시장에 에너지를 채워줄 힘이 비축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세번째로, 시장 전체적으로 담이 큰 투자자만 남게 됩니다.

개인투자자든 기관투자자든 외국인투자자이든 투자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퀀트나 알고리즘 트레이딩도 결국 투자집행에 관한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하게 되지요.)

이번 증시처럼 큰 폭의 하락을 보내고나면, 자의든 타의에서든 증시에서 생존하지 못하고 나가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납니다. 기관투자자라면 전주(錢主,쩐주)가 돈을 빼가면서 운용이 중단될 것이고 개인투자자라면 손실률에 대한 내적 혹은 외적 압박에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결국 시장에는 담이 크거나 장기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자금만 남게됩니다. 추가 하락장이 찾아와도 견딜 수 있는 투자자들인 것입니다.

 

이들은 무주공산인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잡게 될 것입니다.

2000년 IT버블이 붕괴된 후처럼, 2001년 911테러 직후 증시가 폭락한 때처럼, 2003년 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증시가 폭락했던 때처럼, 2004년 차이나 쇼크 때처럼, 2006년 강세장에서 잠시 급락장이 찾아왔을 때처럼, 2008년 금융위기를 보내고 났을 때처럼, 2011년 유럽위기 이후처럼, 2013년 짧지만 6월 버냉키 쇼크 때처럼, 2015년 중국증시 버블 붕괴 이후 처럼, 2016년 가을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득했을 때처럼...

 

하지만... 개개인 마다의 여러가지 이유와 함께 하락과정을 이겨내는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게 현실입니다.

다만, 자신의 투자원칙을 강하게 가진 이들은 시장에서 생존하더군요.

 

2018년 10월 16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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