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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액면분할 더이상 증시 호재가 아니다.

by lovefund이성수 2018. 10. 18.
액면분할 더이상 증시 호재가 아니다.

기업들은 유통 주식수를 늘리기 위하여, 그리고 주주들의 주가 부양 요청에 의해 액면분할을 실시하곤 합니다. 1주당 가격이 부담스러운 주식이 부담없는 가격까지 내려오니 거래량도 늘고 이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액면분할이 개별 종목의 호재이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액면분할은 호재라기 보다는 약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액분 공시/액분 후 주가 흐름의 과정을 보다보면 정보의 효율성이 이동하며 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ㅇ 서기 1999년, IT버블 : 액면분할 공시로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던 때.

 

연도 앞에 서기를 붙이니 왠지 고어체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1999년 그만큼 오래된 옛날 일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서기 1999년'이라 적어보았습니다. 1999년 당시 IT버블의 강세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등장이었습니다.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는 이유로, 회사 사업목적에 "인터넷 사업"을 넣었다는 이유로 주가가 몇일, 몇십일 연속 상한가가 발생하기도 하였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그 당시 호재로서 자주 등장하던 재료 중에는 "액면 분할"이 있었습니다.

워낙 유통 주식수가 없었으니 주식 공급을 늘리라며 유상증자와 액면분할을 주주들은 요청하였고, 회사들이 이에 화답하면 증시는 호재로 인식하며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하였습니다.

 

액면가 5000원하던 주식이 500원으로 낮추면서 주식수를 10배 늘리고, 액면가가 500원인 주식은 100원으로 낮추시면서 주식수를 5배 늘리니 왠지 자기 계좌가 주식수가 불어난 느낌이 드니, 시장 참여자들은 액면분할을 호재로 인식하였습니다. 하지만 주식의 속성을 파고들어가면 진실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였습니다.

 

"어? 주식수를 10배 늘려도 주가가 1/10으로 낮아지니 똑같은거 아님??"

 

 

ㅇ 액면분할 : 회사 본질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액면분할 자체는 회사 본질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액면가가 낮아진 만큼 주식수가 늘어나니 자본금 변화도 없고, 액면가가 낮아진 많큼 주가도 낮아지니 시가총액 또한 본질적으로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주식수가 증가함에 따라 주식 행정 업무 비용의 증가 그리고 늘어난 주주수에 따른 이런 저런 직간접적인 부대비용이 늘어나게 되지요.

 

예를들어 상장기업은 단 몇주의 주식을 가진 주주에게라도 주주총회 등 중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우편물을 보내야 합니다. 어떤 주주가 심심풀이로 1000원짜리 주식 1주를 샀다고 한다면 그 주주는 때마다 우편물을 받을터인데 회사입장에서는 우편비용, 봉투 붙이는 노고 등등을 감안하면 직간접적인 비용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액면분할을 하게 되면 극소수의 주식을 가진 주주의 수가 급증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식담당자들은 늘어난 주주 수만큼 여러가지 행정/항의/질문 전화를 받아야만 합니다. 이 또한 상당한 비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액면분할은 회사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가치 변화가 전혀없거나 비용이 살짝 증가하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도구는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직간접적인 비용 증가로 인해 액면가를 다시 합치는 "액면 병합"을 공시하는 회사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ㅇ 올해 액면분할한 굵직한 사례 2건을 보더라도 : 액면분할은 더 이상 호재가 아니다.

 

올해 유가증권 시장 상장 주식 중 유명한 기업 두 회사가 액면분할을 하였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와 NAVER입니다. 지난 봄 삼성전자는 1/50 액면분할을 실시하였고 그 이전 수백만원대 "황제주"에서 이제는 4~5만원대 만만한 주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NAVER가 7월 공시 후 10월 중순 1/5 액면분할을 단행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후의 주가 흐름은 많은 투자자분들께서 보신바처럼 공시되는 날에는 시장에서 관심받고 잠깐, 정말 잠깐 반등을 주긴하지만, 액면분할 후에는 주가가 오히려 제법 큰 주가하락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코스피 대표 2개사의 액면분할 이후 주가 흐름]

 

 

ㅇ 액면분할이 악재로 작용한 이유 : 주식의 분산

 

주가원리를 수급관점에서 보자면,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물량이 집중되어 고여있어야만 합니다. 보통 이런 물량 집중 과정을 "매집"이라고들 표현하지요. 주식수가 적당한 경우 주식은 집중되기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액면분할 등으로 주식수가 늘어나게 되면 주식이 집중되기 보다는 흩어지게 되지요.

 

이 과정을 이해하는데에는 "삼성전자 액분 전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너도나도 사기를 원했던 삼성전자, 하지만 1주당 250만원대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보니 살엄두가 나지않았습니다. 그런데 1/50액면분할을 단행하면서 4~5만원짜리 만만한 주식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많은 개인투자자분들이 가격부담이 없는 삼성전자를 매수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하였고, 개인투자자는 열심히 사들였습니다. 금액으로 보자면 액면분할 후인 5월 초이후 현재까지 개인 3조원 순매수하였고 이를 기관/외국인이 매도하였습니다.

주주수 관점에서 보자면 개인투자자의 수가 기관/외국인 투자자 수에 9~10배는 된단 점을 감안하면, 주식이 수많은 주주들에게 흩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액면분할 이후 오히려 주식이 분산된 것입니다. 주식이 분산되면 이해관계가 복잡 해 지기에 주가가 올라가려하면 매물이 갑자기 등장하는 등 주가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20세기까지는 액면분할이 호재였지만 점점 그 실체를 알게된 투자자들은 액면분할을 호재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액면분할 후 주가 하락 현상은, 차후 "액면분할" 공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이 나올 때까지 수년,수십년에 걸쳐 변화되지 않을까 추정 해 봅니다. 시장은 계속 바뀌기에 투자자들의 이벤트에 대한 반응 또한 변화하게 됩니다.

"어?! 액면분할 하고 나면 주가가 빠지네?~~"

"액면분할 공시 나왔다고? 나쁜거!! 매도!!!"

이렇게 정보의 효율성이 질적으로 변화하면서 말입니다.

 

2018년 10월 18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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