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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별곡

하락장 단상 : 이제는 무덤덤 그리고 다른 관점

by lovefund이성수 2018. 10. 24.

하락장 단상 : 이제는 무덤덤 그리고 발칙한 생각

10월 하락장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큰 공황심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락장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기에 투자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즘입니다. 주식시장에 오래 있었다보니 과거 큰 폭락장 때마다 투자자들의 만인군상을 보아왔고 이번 2018년 하락장에서도 과거와 똑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수 많은 모습을 보아와서일까요...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는 주식시장 하락이 임계선을 넘어가면 필자 심리 상태는 "무덤덤" 해지기 시작합니다. 옆에서는 주식시장 폭락한다고 아우성이지만 마치 수영장에서 귀마개를 막은 것처럼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릴 뿐이지요. 그와 함께 주식시장에 대한 발칙한 생각들도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ㅇ 무덤덤...

 

필자도 사람인지라, 하락장이 왔을 때 주변 지인들이 괴로워하면 저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대표적인 폭락장인 2000년 IT버블 붕괴를 시작으로, 2001년 중반~911테러까지 급락, 2002~2003년 이라크전 직전 긴장감 속에 발생된 급락장,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11년 8월 유럽위기을 거칠 때마다 주식투자를 하는 지인들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심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그 갈등은 자기 스스로의 주식투자 손실에 대한 괴로움도 있을 것이고 가족들의 비난 혹은 현실적인 개인 파산 문제도 엮여있다보니 주식투자를 하는 지인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가슴이 터질 지경에 이릅니다.

 

약세장 초반에는 그 마음이 공명되기도 하고, 하락장 자체로 인해 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약세장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어느 순간 무덤덤 해지기 시작합니다.

 

"2000년 IT버블 때처럼 말도 안되는 값에 주식을 산것도 아닌데 뭘"

"빚내서 투자한 것도 아닌데 뭘"

"주식시장 어려워도 밥은 먹고 살자나"

등등등...

 

약세장을 대하는 일반적인 투자자들의 마음과 달리 고요해지기 시작합니다.

 

[증시가 하락할 수록, 필자의 경우 물속을 수영하듯 마음이 고요해 진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약세장이 깊어갈 수록 : 무서울 정도로 냉정 해지는 내 자신.

 

약세장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더욱 무덤덤 해 지기 시작합니다. 이는 수익률 손실이 깊어지는 것에 대한 "손실회피"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약세장 과정 속에 나타나는 시장 급등락에도 그러려니하게 됩니다. 아마도 주식투자를 오래 해 오신 분들은 이에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군요. 그저 무덤덤하고 고요하다고나 할까요? 혹은 무념무상?

 

그러면서 무서울 정도로 냉정 해 지기 시작합니다.

하락장에서 버려지고 있는 알곡과 같은 종목들이 눈에 더 크게 보이기 시작하고, 주식 격언에서 말하는 버려진 흑진주들이 더 빛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와 함께 그 흑진주와 알곡을 흙바닥에 집어던지고 있는 투자자들의 모습들이 머리 속에 상상되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더 하락하게 되면 주식투자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떠나는 지인들의 모습이 현실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시기가 오면 제 자신이 생각 해도, 무서운 위로를 하게 되더군요.

"그래.. 너에게는 견디기 힘들었을거야...(그 마음 이해해, 그런데...)"

 

 

ㅇ 어설프게 가치투자 하는 이들이 떠날 때가 되면...

 

2005~2007년 강세장에서 개인투자자 중, 가치투자자의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당시 가치투자 관련한 사이트나 카페에 회원수가 크게 증가하였고, 2007년에는 그 증가 속도가 정점에 이릅니다.

"나도 가치투자해요~~~"라면서 너도나도 저평가 종목을 찾아다닙니다.

당연히 가치투자를 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면 시장에는 수익을 만드는 기회가 사라져 갑니다. 우리네 속담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2007년 중후반에 가치투자 성과가 주가지수에 비해 뒤쳐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었지요.

 

당시 제 주변 지인들도 가치투자자로 변신하기도 하였습니다. 불과 몇해 전인 2003~2004년까지만 하더라도 하이닉스로 하루에 수십번씩 단타치던 이들이 갑자기 변신하여 깜짝 놀랐었지요. 가치투자에 새로운 개념도 덧붙여서... "가치투자 + 테마순환 투자" 등과 같은 기괴한 투자 방법을 만들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는 제 지인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 많이 관찰되었던 현상입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치투자 표방하던 어설픈 투자자들 대다수는 시장에서 물러났습니다.

불과 1년 전과는 정 반대로, "종합주가지수 500p 간다!!!"라던 어떤 논객의 말에 열광하면서 말이죠.

 

그 과정이 있은 후 가치투자는 2009년부터 2016년 중후반까지 나름 높은 성과를 쉽게 낼 수 있었습니다. 경쟁이 적어진 시장이 되었기에 기회는 자주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2007년과 같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2년 전, 퀀트 가치투자가 붐을 일기 시작하면서 관련 서적들이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똑똑한 대학생 층을 중심으로 파이썬 열풍과 함께 너도나도 가치투자를 시뮬레이션하였지요. "CAGR 30% 가즈아!", "나는 연수익률 50% 비법을 찾았다 가좌!!!"

아이러니하게도 2007년 가치투자를 어설프게 표방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했던 때처럼, 그 즈음부터 퀀트 기반의 가치투자 성과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2018년 약세장이 찾아왔습니다. CAGR 30%, 연수익률 50%의 비법을 찾았다는 이들 중 과연 견뎌낼 수 있는 이들 얼마나 될지 그리고 얼마나 남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2008년 금융위기 때 대다수의 가치투자자들이 포기했던 것처럼 2018년 이번 약세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겠지요.

주식시장은 결국 사람이 투자하는 것이기에 역사는 돌고 돌게 됩니다. 아마 지금즈음 정말 힘들 것입니다.

[※ 이에 대한 냉정한 한마디를 남기고 싶지만.. 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2018년 10월 24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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