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전업투자에 대한 경험과 생각
전업투자, 개인투자자라면 한번 정도는 생각 해 보는 로망(?)입니다. 하지만 막상 전업투자에 관한 자료를 접하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저의 증시토크에서도 "전업투자"를 제목으로 내걸고 쓴 글이 2012년 매일 증시토크를 연재한 이후로 한번도 없었을 정도입니다. (찾아보니 2009년 이후에도 없군요)
오늘 증시토크에서는 독특한 소재인 전업투자에 대하여 저의 경험과 의견을 녹여 이야기드리고자 합니다.
ㅇ 전업투자자의 생활 : 외롭다.
벌써 17년 전의 일이로군요.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뛰쳐나와 전업투자의 생활을 몇년간 했던 때가 2002년 여름이었습니다. 그 시기 선물시스템 트레이딩과 가치투자를 같이 연구하던 중 그 당시로는 "엄청난 로직"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전업투자를 겁도 없이 결심하였습니다. 그 당시는 총각 시절이었다보니 그 시절이 추억처럼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 시절 전업투자자의 생활은 "외롭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저녁에는 친구들과 식사도 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지만 무의식 중에 "외롭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우연히 모 투자자문사 대표를 만났을 때, 그 분이 예의상 "종종 저희 회사에 놀러오세요."라고 물었을 때, "네.. 외로워서 자주 찾아뵐께요"라고 무의식중에 외롭다는 단어를 쓸정도였습니다.
(심지어 중얼중얼혼자말도 늘어납니다. 아직도 그 때 그 버릇이...ㅠㅠ)
그래서일까요? 이런저런 투자 세미나에 보러가기도 하고 경제신문에서 주관하는 투자 캠프도 다녀오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그 후 십수년 간 만나본 수많은 전업투자자분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말씀 하셨습니다. 외롭기도 하고 투자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이런저런 세미나를 다닌다고 말입니다.
저의 경우는 한두해 100%전업투자 생활을 하다 그 후에는 겸업투자로 방향을 바꾸고 증권사 HTS 프로젝트 또는 칼럼 기고, 방송 출연 등으로 사람을 만나면서 투자하는 방향으로 점점 바꾸게 되었습니다.
[전업투자의 길은 한겨울 홀로 서있는 것처럼 외롭다. 사진참조 : pixabay]
ㅇ 전업투자자의 생활 : 수도승과 같은 삶이 요구된다.
전업투자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보시는 분들이 왕왕 계십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3시 즈음에 땡하고 퇴근하니 얼마나 자유로운가라고 생각하시곤 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전업투자를 할 경우 십중팔구 아니 99%는 투자금을 모두 잃고 전업투자를 피동적으로 접게 됩니다. 마음가짐부터가 너무 늘어지게 되면 자기 관리가 안되게되지요.
제가 보았던 몇몇 전업투자자 중에는 밤새 술을 마시고 취기로 트레이딩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분의 투자 성과는 술기운에 투자하기에 한두번 큰 수익을 보았더라도 대부분 큰 손해를 만들고 말았고 결국 투자금을 모두 녹여없애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부모님 돈까지도 녹여없애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 전업투자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수도승과 같은 절제된 삶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집에서 전업투자를 하는 어떤 꼼꼼한 전업투자자분은 개장 트레이딩에 임하기에 앞서 양복을 칼같이 다려 입으시고 밖에 나가 출근하는 모양처럼 한바퀴 돌며 마음을 잡고 트레이딩에 임하신다 하시더군요.
그리고 장마감 후에도 투자연구는 계속 이어지기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유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도 그 당시 밤새워 연구하던 습관이 남아있어 밤늦게까지 엑셀과 컴퓨터 작업을 하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깨, 목 등등에 VDT증후군이 직업병처럼 있습니다.)
ㅇ 100% 전업투자자금? : 어설픈 돈으로 절대 하지 마시라.
2007년 여름 어느날이었습니다. 당시는 5년여의 상승장이 있었다보니 그 시기 제 또래 중에 전업투자를 생각하는 지인들이 몇몇 생겼습니다. 그 즈음 필자는 100%전업이 아닌 증권사 HTS프로젝트나 칼럼 기고 등으로 겸업투자를 하던 때였지요. 겸업투자의 필요성은 생존을 위한 작은 방법입니다. 주식투자 수익이 발생하면 다행이지만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치면 생계비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당시 시장이 워낙 좋다보니 지인중에는 5천만원으로 전업투자를 시작하려 한다며 의견을 묻는 이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저의 의견은 "그렇게 작은 금액으로 전업투자 하지마......"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지인은 기분이 매우 안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1년에 100% 아니 50%수익률만 내어도 생계가 되는데 왜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느냐 하더군요. 2003~2007년 5년간 그런 수익률이 매해 발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락장이 올 때의 충격을 그 지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5천만원이면 약세장 1년이면 생활비와 주식시장 하락으로 모두 녹여없어질 수 있는 자금 규모입니다.
다행히 그 지인은 전업투자를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만약 2007년 여름 전업투자를 선언하였다면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크나큰 투자 손실과 타격을 받은 투자금에서 생활비도 나가야하기에 아마도 1년 뒤에는 모든 투자금을 녹아 없어졌을 것입니다.
ㅇ 지인의 격앙된 질문 "그러면 마음편하게 전업하려면 얼마가 필요한데?!"
그 당시 그 지인이 물었던 질문과 저의 답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 떠오르곤 합니다.
지인 : "그러면 전업투자하려면 투자금이 얼마여야 하는데?!"
필자 : "5억원은 있어야 마음 편하게 한다."
지인 : "그건 나보고 전업투자 하지 말라는거 아닌가?"
필자 : "응"
지금도 큰 돈이지만 현재가치로 10억 수준의 느낌을 받게하는 그 당시 5억원을 필자는 지인에게 전업투자 최소 자금으로 언급하였습니다. 5억원에서 투자 성과를 차치하고 매년 3%, 약 연 1500만원을 녹였을 때 최소 생활비는 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정도 빼낸다 하더라도 투자원금은 크게 훼손되지 않는 정도이지요. 여기에 배당금을 생활비에 추가한다면 대략 연간 2천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발표 기준 2007년 당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는 120만원 정도되었습니다.)
지금이라면 대략 10억원은 되어야 마음 편하게 전업할 수 있는 기준금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전업투자를 생각하신다면, 100%전업이 아닌 겸업투자를 고민하시거나 남들과 다른 투자 연구와 공부를 하셔서 매달,매년 안정된 고정 현금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ㅇ 전업을 생각하신다면 아래 몇가지는 검토 해 보시길
[전업투자, 많은 것을 생각 해보시고 고민하시길... 사진참조 : pixabay]
첫번째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꼭 해보십시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2008년처럼 주식시장이 반토막 폭락할 때의 시나리오를 가정하시고 전업 생활이 가능할지 시뮬레이션을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십수년전 당시 필자가 지인에게 만약 다음 해 주식시장이 반토막 난다면 버틸 수 있겠는지 물었을 때 그 지인은 한참을 곰곰히 생각하고 계산기를 두드려본 후에야 전업투자자로의 마음을 접었습니다.
두번째는 생활비 계산은 인플레이션율을 높게 매년 3~5%는 꼭 적용하시길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2%수준이라하더라도 실제 체감 물가는 연 3%~5%에 이릅니다. 자신의 가계 생활비를 계산하실 때 이러한 체감 인플레이션율을 적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5년, 10년 후에도 버틸 수 있습니다.
세번째, 나만의 Robust한 투자 방법이 있는지?
전업투자자금이 10억원이 넘어갈 경우에는 가치투자나 자산배분전략으로도 장기적으로 최소한의 생계와 생존이 가능합니다만 그 이하의 자금으로 전업을 할 경우에는 연간 최소 10%~100%에 이르는 투자 성과를 매년 반복적으로 낼 수 있는 강한 투자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점점 인공지능 등 고도화 되어가는 투자 환경은 단기 전략의 생존률을 낮추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번째, 혹시나... 전업투자금이 크게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저의 지인처럼 화가 나셨다면 전업투자를 하지 않으시는게 나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업투자 과정은 긴 시간에 수도승과 같은 삶이 필요한데 시작부터 감정이 지배하게 되면 모든게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되도록 100% 전업투자는 하지 마시고 작은 소일거리를 하나 꼭 하세요.
전업투자를 하게되면 정말 외롭습니다. 모니터에 둘러싸여 번쩍 거리는 시세판 속에 고요함과 긴장감은 경험해본 분만 아실 것입니다. 자칫 그 안에 작은 세상에 갇혀버릴 수 있습니다.
전업투자자라도 작은일이라도 소일거리를 가져, 생활비를 일부 버시면서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건강히 오래 그리고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과거 2000년 초반에 유명했던 전업주식투자자이자 주식 전문가인 G모씨가 있었습니다. 강남에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하는 모습을 필자도 보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는 안보여 사람을 통해 알아보니 건강을 잃어 돌아가셨다하더군요. 그 분이 전업투자로 얻은 스트레스 상당하였을 것입니다.
전업투자 왠지 낭만적으로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의 글에 담긴 메시지 깊이 헤아려 곰곰히 생각 해 보신다면 전업투자 결정하는데 작은 도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2019년 2월 13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주식시장별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옵션만기일 장마감 헤프닝, 기관의 막판 5000억원 매수에 대한 관점 (2) | 2019.02.15 |
---|---|
증권거래세와 주식양도세 관련 국회 의안 정보를 살펴보다. (2) | 2019.02.14 |
동일가중 포트폴리오 : 시가총액 편향을 줄이는 도구 (2) | 2019.02.12 |
주식투자 전략에 도박이론 마팅게일을 녹이면... (2) | 2019.02.11 |
주식시장 10년, 20년 前의 오늘을 떠올려보면... (2) | 2019.02.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