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연임실패에 왜 주가는 화답하는가?
무엄(?)하게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되었습니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그리고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하면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사내이사 및 대표직에서 내려와야만 합니다.
예전같으면 그룹은 오너가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위협받는 일 자체가 "무엄"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그 무엄(?)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주가는 반갑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왜 그런지 오늘 증시토크에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
ㅇ 경영승계를 받은 오너들은 과연 경영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
이제 한국 대기업들은 경영 3세,4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경영승계를 당연시하고 있고 심지어 드라마에서는 경영승계를 받게되는 본부장님(아들)과의 로맨스가 빠질 수 없는 소재가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드라마 속 경영승계를 받는 본부장님들을 보면, 일을 안하시더군요. 일을 안해요. 드라마를 볼 때마다 저 그룹은 과연 제대로 돌아가는 곳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 우리의 상장사, 대기업들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과거 경제 팽창기에는 경영승계를 받더라도 경영2세까지는 그 경제 팽창과 함께 실적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의 폭발적 성장기를 지나 이제는 수축사회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경영 실력이 없는 경우 그 그룹사는 3세,4세 경영으로 넘어갈 수록 점점 회사 상태가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태풍이 지나가고 바람이 사라지면, 진짜로 하늘을 날라다닐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되는 것처럼 말압니다. 태풍이 불 때는 강아지나 송아지나 새들이나 하늘을 날라다니지요.
점점 시대는 기업들에게 효율적인 기업 문화와 경영진의 실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은 갑질문화와 횡령,배임 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나마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기업이 저절로 성장하니 성과 속에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겠지만 이제는 과거의 경영 방식으로는 기업 자체가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ㅇ 경영진 능력이 주주를 움직인다! 더 이상 반자본주의적 행태를 좌시하지 않는 투자자들
예전 고도 성장기에 경영 오너를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뺏으려 하였다면 그야 말로 역적질처럼 무엄한 행위로 취급받았습니다. 오너의 리더쉽을 악화시킨다거나, 정치적인 색깔론을 입힌다거나, 물리적으로 주총현장에서 물리적인 압박을 가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분위기이다보니 경영 실력이 없거나 도덕적인 문제가 있어도 오너들의 경영권이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사극에 자주 나오는 명대사 "무엄한 지고!!!!" 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경영을 승계받은 경영2,3,4세들이 모두 경영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요.
물론 경영승계를 받은 후 그룹을 잘 경영하여 키우기도 하지만 은근히 많은 경우는 점점 그룹의 리스크를 키우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을 침탈하는 반자본주의적인 행위도 나타나곤 합니다.
반자본주의적인 행위들 아마 독자님들도 많이 당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그 반자본주의적 행위를 주주총회에서 막을 수 없었습니다. 어짜피 대주주 마음대로이니 말입니다. 만약 오너와 경영진이 회사를 잘 꾸려갔다면 주주들은 그들의 편에 서줄터이지만 주주를 무시하고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해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주주들은 더 이상 경영승계를 받은 오너일가 편에 서줄 수 없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이번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부결은 한국 주식시장과 자본주의에 새로운 발전을 만들어주는 신호탄이 되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평가하고 싶습니다.
ㅇ 기업들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잊지 말아야. 경영권이 보호된다.
주주들은 대주주나 오너에게 좋은일을 시키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식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 중요한 패러다임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주주의 가치가 훼손되는 경영을 오너와 경영진을 지속한다면 주주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됩니다.
오너들이 자신들을 제외한 여타 주주들을 일개 개미투자자로만 보고 무시하는 처사가 반복된다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여타 주요 주주들은 오너와 경영진에게서 등을 돌릴 것입니다.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후 주가 추이]
[사진참조 : 대한항공 홈페이지 CEO메시지]
이번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부결 건에 대해서 국민연금 외에도 플로리다 연금과 캐나다연금, 프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 굵직한 해외 투자자들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에게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차후 상장사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들이 많이 관찰될 것입니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들은 주주들이 하나둘 등을 돌릴 것이고, 해외 연기금 등 대규모 자금으로 장기투자하는 주주들을 중심으로 주주 가치를 깍아먹는 경영진을 내쫓기 위한 연대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향후 달라진 주주문화 속에서 기업들이 자신의 경영진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노력들이 어이져야만 할 것입니다. 어짜피 경영 3,4세로 넘어가면 오너의 지분도 작기 때문에 우군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주가치를 키워야만 합니다.
ㅇ 그런데 대한항공의 주가는 왜 반등하는가?
[대한항공의 지난 10여년 순이익 누적추이]
이번 조양호 회장 연임이 실패하면서 대한항공의 주가가 반등하였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는지는 지난 10여년 대한항공의 실적이 말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2009년 이후 10년간 9185억원 누적 적자, 2008년부터는 2조8609억원 적자를 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항공 경영진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 조양호 회장 연임이 실패되었다하더라도 가족 경영진은 그대로있기에 주주우선 문화가 대한항공에서 만들어질지는 지켜보아야할 일이겠지요.
2019년 3월 27일 수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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