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군요. 2015년 6월에 상하한가폭(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되었었습니다. 이제는 상하한가 30%는 주식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증시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식투자 관련한 게시판이나 SNS글들을 보다보면 "상하한가폭을 15%로 다시 돌려야한다!!"라는 강성 발언이 간간히 보이곤 합니다.
오늘 증시토크에서는 이에 대해서 생각 해 보는 발칙한 상상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다시 가격제한폭을 15%로 돌려놓으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ㅇ 가격제한폭 30% : 대박아니면 쪽박?
글을 이어가기에 앞서 2001년 911테러가 있었던 당시 증시를 떠올려보겠습니다.
한국시간으로 2001년 9월 11일 저녁에 911테러가 발생하였고, 한국증시는 거래정지 준비가 안되었기에 9월 12일에 증시가 개장되었었습니다. 당시 여의도 출근길 트윈타워 뒤로 지나가는 비행기가 "혹시!"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 당시 공포는 대단하였습니다. "전 종목 하한가겠구나..."라고 출근한 그날 전쟁관련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목들이 하한가에 들어가며 시장은 개장하였습니다.
그 당시 종목들의 낙폭은 가격제한폭 수준인 코스닥종목의 경우 -12%, 코스피 종목의 경우 -15%하락이었지요. 어랏?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심각한 낙폭은 아니었지요? 지금은 가격제한폭이 -30%이니 말입니다.
(※ 가격 제한폭을 예전으로 돌리자는 분들의 예시 상황 중 하나 입니다.)
가격제한폭은 확대는 오랜기간 투자자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우려가 있었기에 단행되지 못하다가 2015년 6월 시행되었습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으로만 보자면 가격 제한폭 30% 확대가 되고나면 증시가 널뛰기 장세가 되었어야 합니다. 대박 아니면 쪽박인 것이지요. 하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변동성 확대는 커녕 오히려 안정적인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상하한가 30%확대 이후에도 증시 변동성은 안정적]
오히려, 과거 상하한가폭이 현재보다 작았던 시기에 시장 전체의 변동성은 더 크게 나타났음을 위의 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정관념과 다른 현상이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ㅇ 상하한가폭 확대 : 시장전체적으로는 변동성 안정, 개별종목에서는 확대
이에 대한 답은 2007년 11월 KRX(한국거래소)에서 있었던 공청회 자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공청회에서 발표된 "KRX 가격제한폭제도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한국증권 연구원 엄경식 박사)"의 자료에 따르면, 상하한가 폭이 15% 미만이었던 시기 상하한가 빈도도 많았고, 개별주식의 변동성이 높았었다 합니다. 그에 반해 시장 전체적으로는 변동성이 축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료참조 : KRX가격제한폭 제도의 유효성에 관한 연구(엄경식)]
가격 제한폭 확대가 개별종목 단위에서는 투자자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기는 합니다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안정성이 높아지는 특징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이유로 필자는 가격 제한폭 확대로 인해 시장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위의 자료에서 상하한가 빈도율이 가격제한폭이 확대되고 줄어들었다는 것은 시장 효율성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대목입니다.)
즉, 악재든 호재든 재료가 발생하면 그 재료가 주가에 반영되어야하는데 상하한가 폭이 작을 경우 그 재료가 가격에 반영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고 이로 인하여 오버슈팅 또는 언더슈팅이 발생되게 됩니다. 이러한 시장 효율성은 개별종목보다는 시장 지수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게 되다보니 상하한가 폭 확대후 개별종목에 비해 시장 변동성 확대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개별 종목의 경우는 재료에 따라 하루만에 상하한가를 오갈 수 있기에 변동성이 확대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지수는 가격제한폭 내에서 재료가 반영되게 되지요)
그러하기에, 상하한가 폭 확대 후 개별종목 단위의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변동성 완화장치라는 제도를 상하한가폭 확대 시점에 도입하였고 실제 이 제도 시행 이후 오히려 변동성 완화장치 작동 빈도가 줄어들기도 하였습니다.
ㅇ 오늘 글의 본론으로 돌아와서 : 상하한가 폭 다시 15%로 줄인다면?
개인투자자분들이 원하는 상하한가폭을 다시 15%로 줄이게 될 경우 과연 주식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앞서 언급드린 상황들을 반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 상하한가폭을 줄이게 될 경우, 개인투자자가 찬양하는 작전님들께서 상한가를 쉽게 만드시어 개인투자자를 현혹하실 겁니다. 뻘건 화살표를 보고 흥분하여 개인투자자는 그 종목을 잡으로 뛰어다니겠지요. 그 결과는.. 상상에 맞기겠습니다. (아니 2000년 초반 개인투자자들 스토리만 찾아보셔도.)
2. 가격 효율성이 크게 떨어져, 어떤 증시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오버슈팅 또는 언더슈팅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예를들어 20%주가 하락을 해야하는 돌발상황이라 한다면 현행 상하한가 30%에서는 하루 안에 20%수준의 하락으로 주가가 반영되지만, 12~15% 상하한가 폭에서는 이틀이상의 하한가가 지속되는 언더슈팅이 발생되어 30%이상 주가가 하락하게 됩니다.
3. 시장 전체 변동성이 되려 높아질 것입니다. 주가에 정보가 반영되는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기에 주식시장 전체 변동성이 높아집니다. 시장 전체 리스크가 높아지는 원인이 되겠지요?
따라서, 상하한가 폭을 다시 축소해야 개인투자자가 생존할 수 있다는 논리보다는 오히려 개인투자자도 분산투자를 당연한 투자 습관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전체 수익률의 변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년과 2018년 12월 결산법인 보유종목수별 실질주주 분포 : 원데이타참조 : 한국예탁결제원]
다행히도 지난 4~5년의 시간 동안 투자자들의 투자문화도 함께 바뀌면서 분산투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예탁원의 12월 결산법인 주주동향 자료를 참고하여보면, 2014년 연말에는 1~2종목에 몰빵투자한 주주수가 전체 64%를 넘었지만 2018년에는 57%수준으로 7%p감소하였고 3종목 이상 분산투자한 주주수는 반대로 35.8%에서 42.8%로 7%p증가하였습니다.
그 진화하는 투자 문화에 lovefund증시토크 애독자님들께서도 함께하고 계시리라 생각 해 봅니다.
오늘 글의 결론! 상하한가폭 늘리면 늘렸지, 다시 줄일 필요 없다.
2019년 6월 4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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